![[사진 조지아농업협회/유엔여성기구 홈페이지 캡처]](http://wflower.info/data/photos/20191252/art_15772563595048_f297a4.jpg)
마리엄 샤리프(31)는 평범한 여대생이었다. 모국인 이란에서 대학을 다녔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교수와 교직원들로부터 끊임없이 히잡(머리와 목 등을 가리는 이슬람식 스카프)을 쓰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슬람 신정국가인 이란에서 여성들은 누구나 히잡을 쓰는 것이 의무이고, 히잡을 쓰지 않으면 사회적 지탄을 받는다.
하지만 샤리프는 히잡 착용을 거부했다. 그는 히잡 거부(#nohijab) 캠페인에 동참했고 왜 히잡 착용에 반대하는지를 알리는 동영상을 촬영했다. 이 동영상은 인터넷에서 확산됐다. 하지만 경찰을 비롯해 많은 주변 사람들이 샤리프를 박해했다.
길에서 모르는 남성 행인이 샤리프를 보고는 모욕적인 언사를 건네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는 한 행인이 히잡을 안 쓴 그에게 모욕적 발언을 하는 것을 영상으로 담아 기자에게 건넸다. 하지만 더 많은 모욕이 돌아왔고, 그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위협이 됐다. 결국 샤리프는 동유럽 구소련국가인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아)로 넘어와 난민신청을 했다.
유엔여성기구(UN Women)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샤리프 등 조지아에서 정착한 여성 난민들의 사연을 공개했다. 약 1년 반 전 조지아에 와서 난민신청을 한 샤리프는 그 이후로도 어려움을 겪었다. 조지아어를 못해 일자리를 찾기도 어려웠다. 그를 도와준 것은 유엔여성기구 관계자들이었다. 그는 현지 재무부 부설 직업훈련소를 통해 ‘창업하는 법’ 수업을 들었다. 사업계획과 비즈니스 모델 구현, 재무 관리 등 기초 지식도 배웠다. 샤리프는 요즘 사진과 비디오 촬영을 하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안정적 수입을 얻고 있다고 한다.
유엔여성기구는 또 현지 농민연합과 함께 여성 23명을 선정해 시드 머니를 제공했다. 1인당 450~1880달러 수준이다. 샤리프도 수혜를 받았다. 사진에 전문성이 있었지만 장비가 없었던 샤리프는 이 돈으로 카메라와 메모리 카드, 태블릿PC를 샀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조야 마나에바(49)도 비슷한 사례다. 그는 직업 훈련과 시드 머니를 통해 작은 염소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남부 코카서스 지역에서는 스웨덴 정부와 유엔난민기구의 지원으로 살아가는 난민들이 있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박해를 받고 자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취업이나 자활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대해 조지아 주재 유엔여성기구 대표인 에리카 크바필로바는 “이번 프로젝트는 (여성 난민을 지원하는) 씨앗을 심고, (여성들의) 목소리를 확산하며, 힘없는 여성들에게 지원과 교육, 기회를 주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한국은 난민 문제에는 인색한 편이다. 홍세화 경기도 인권위원장은 지난 18일 경남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세계이주민의 날 기념 이주민 심포지엄'에서 “한국에서 난민을 바라보는 시각은 출신국의 국민소득을 통하여 (판단하는) GDP인종주의”라고 비판한바 있다. 스스로도 난민 출신이었던 홍 위원장은 “난민에 대해서는 ‘보호’가 최우선으로 고려될 가치”라고 강조했다.
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