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자그마치북스 제공]](http://wflower.info/data/photos/20200625/art_15923645940512_8e20f9.jpg)
“착한 암이 어딨냐, 아프면 다같은 암이지!”
많은 갑상선암 환자들의 고민이 그렇다. 남들은 완치율이 높다면서, 착한 암이라면서 갑상선암에 대해 “괜찮다. 잘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하지만 정작 갑상선암으로 아파 본 사람들에게는 착한 암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당장 수술 후 지친 몸을 회복시키는 데도 힘이 들고, 정신적으로 화이팅을 외치는 것도 그렇다. 가족들은 또 어떠한가. 그 과정을 모두 이겨내고 나서야 ‘지나고 나니 별 일 아니에요’라는 인사치레가 가능할 지도 모른다.
최근 출간된 에세이 ‘(느려도 끝까지) 거북이 수영클럽’의 작가 이서현씨도 그런 고충이 컸던 환자 중 하나다. 일간지 영화담당기자로 맹활약하던 그도 병 앞에서는 한 명의 환자에 불과했다. 출판사에서는 이렇게 표현했다. ‘업무, 육아, 운동 모든 순간마다 힘을 잔뜩 주며 달려온 작가가 수영을 시작하고 일상의 여백을 회복해 가는 이야기’라고.
이 책은 작가가 수영을 매개로 암을 극복하면서 얻은 단상을 정제해 만든 에세이집이다. 누군가에게도 비슷한 일상이 될 수 있는 투병기를 잔잔한 필체로 담았다. 수영은 많은 환자들이 새롭게 세상과 접하는 매개 중 하나다. 암에다 직업병으로 얻은 허리디스크까지 겹쳐 회복이 더딘 이 작가가 생각해 낸 전신운동 해결책이겠다.
수영장에서 작가가 만나는 인물 군상들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40대 젊은 이들 사이에서 새벽반 1번을 사수하는 엄마, 온 힘을 다해 플립턴을 연습하는 70대 할머니, 무릎 튀어나온 면바지와 사원증을 벗어던지고 커다란 패들을 차고 수영하는 부장님까지.
작가는 책에서 말한다. “수영장에서 만큼은 느리게 가는 자신을 참아 볼 생각이다. 아마추어에게만 허용되는 킥판을 꼭 붙들고, 진도가 느려도 진득하게, 속도가 느려도 끝까지 가기 위해.” 알파걸 출신에 거침 없이 살아왔던 겁 없는 청년 작가에게도 때로는 돌아가는 법이 있고, 그 시간이 의미없는 낭비는 아니라는 이야기를 독자로서 건네고 싶었다.
이 책에 대해 “ 누군가의 엄마라면 수영을 몰라도 잘 읽히는 책”(김예슬 YS swim 대표) “수영이 내게 주는 위로와 감동을 전달하는 책”(박새미 ‘박가가 오늘도 수영일기’ 작가) 등의 평이 있다.
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