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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결혼하고 싶은 나라 만든다” 20대 의원이 말하는 새 정치

[당신이 희망입니다-특별 인터뷰]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
게임회사 직원-노동운동가 거쳐 21대 비례대표로 정계 입문
"국감서 실력으로 증명 부담감...현안 다룰 시간 부족 아쉬워"

<편집자 주> 우먼스플라워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도 자신의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당신이 희망입니다’ 시리즈를 연재했습니다. 60대에도 현역으로 일하는 사람에서부터 자살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분 등 다양한 여성들을 만났습니다. 이번 시리즈를 마치면서 특별 인터뷰로 정치권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이야기를 싣습니다. 
 
 

 


21대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인 류호정(28) 정의당 의원은 단연 이번 국정감사의 대표 스타로 꼽힌다.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서 국회에 입성한 이후 5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류 의원의 족적은 꽤 굵직하다.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선생이 입었던 것과 같은 복장을 입고 국감에서 날카로운 질의를 한 것이 그렇다. 삼성의 한 간부가 기자 신분증을 사용한 사실 역시 류 의원의 지적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당시 삼성 측은 공개 사과를 했다. 
 
회사원과 노동운동가를 거쳐 21대 국회의원이 된 류 의원. 하지만 류 의원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소개한다. 남들처럼 공부해서 대학가고, 취업했으며, 스스로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는 여성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에는 노동운동을 맡았다가 결국 정치인이 됐다. 무엇이, 어떻게, 그 평범한 20대 여성을 국내 정치권의 대표 아이콘이 되도록 이끌었을까.
 
우먼스플라워는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류 의원을 만났다. 이날도 류 의원은 지하철을 1시간 반 동안 타고 출근했다고 한다. 이하는 일문일답.

 

Q. 국회의원으로서 첫 국감은 어땠나요. 
 
“긴장과 부담감을 많이 갖고 시작했습니다. 주변에서 잘 할수 있겠냐는 걱정도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더 노력했습니다. 지금은 잘 마무리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한정돼 있어 현안을 다 다룰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Q. 이번 국감에서 류 의원님의 활약이 돋보였다는 언론의 평가가 많았습니다. 
 
“정의당의 국감 기조는 기후위기, 불평등 문제 해결이었습니다. 노동 현장의 안전 문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문제 등이 주된 논점이었죠. 이런 문제의식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잘 알릴지를 고민했습니다. 삼성 (기자 신분증 사건) 같은 경우 이 과정에서 찾아낸 결과물입니다. 또한 정의당에서 (국회의원이) 노동자 복장을 입고 (노동자 작업 환경 개선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 인식) 환기를 시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Q. 류 의원님이 정치에 입문한 이유와 목표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반년 가까이 활약한 지금, 그 목표를 어느 정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굉장히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부모님들이 말하는 공부해서 대학 가고, 그 뒤에 취직하는 루트를 타고 있던 사람이었죠. 하지만 사회생활을 직접 해보니까 부조리한 점이 너무 많았습니다. 사회 부조리는 혼자서 해결할 수가 없었고,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드려고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당한 권고사직을 직접 경험했고, 그 뒤로 민주노총 상급단체에서 노동운동을 했습니다. 
 
저는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선전홍보부장으로 일했는데요. 열악한 상황의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언론에 잘 전달되지 않은 것이 고민이었습니다. 그림이 되어야만 기사 한 줄이 나는 것이죠. 또한 결국 법이 바뀌어야 노조에 가입이 되지 않은 사람들도 보호받을 수 있었어요. 
 
이런 문제의식으로 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또한 노동의 희망, 시민의 꿈이라는 정의당의 기조를 벗어나지 않고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일반인으로서 문제의식 중 정치인이 되신 뒤 실천과제로 꼽고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정치도 평범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이 특권의식을 가지면 안 됩니다. 그게 제 실천과제 아닐까 싶습니다. 삼성 기자출입증 사건 역시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다 보니) 생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Q. 류 의원님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는지요. 

 

“보통의 정치인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요즘에는 국정감사가 끝나서 인터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오전 7시쯤 출근해서 9시까지 신문을 읽고, 공부를 하고, 9시부터 토론회, 간담회, 법안 발의 준비를 합니다. 여성이라고 또 청년이라고 (일정에서) 다를 것은 없습니다. 다만 토론회나 간담회의 주제가 청년 이슈나 여성 이슈와 연관되기는 합니다. 비동의강간죄, 2차 피해 방지죄 등의 이슈도 많이 다룹니다.”
 
Q. 국회의원이 관용차를 타지 않고 지하철로 출근을 해서 화제인데요.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류 의원은 너무 이른 시간이 미안해서 평상시 수행비서 차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차량을 타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였던 때 등에는 관용차량으로 출퇴근을 했습니다. 지금은 다시 지하철로 출근을 합니다. 어머니께서 직접 태워다 주실때도 많지요. 낮 시간에 (공식 의정활동으로) 활동할 때는 차량을 사용합니다.”
 
Q. 최근 낙태죄 완전 폐지를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하셨는데요.
 
“낙태죄는 헌법불합치 판결이 났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려면 결국 완전폐지를 해야한다고 생각했기에 민주당 권인숙 의원님과 공동발의했습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님이 정의당 당론을 따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Q. 한국은 아직도 여성들이 결혼 전은 물론이고, 결혼 후 또는 육아를 병행하면서 일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동료 의원님들조차도 시댁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분이 있습니다. 저는 결혼을 하지 않아서 (추석 기간) 출근을 했는데요.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라는 게 마냥 행복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결혼을 하면 (여성의 삶은) 많은 부분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제가 게임 업계에서 사회 초년생으로 일하던 시절, 저 역시 언젠가 엄마가 말한것처럼 결혼을 하고 애를 낳겠느냐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봤고,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지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매우 적거나 없었습니다. 양립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죠. 애가 눈에 밟혀서 대부분 일을 그만두게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 당시 저 역시도) ‘내가 결혼을 한다면 일을 포기해야 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저는 결혼이나 자녀 계획을 포기하게 됐죠. 
 
지금 상황이라면 저는 계속 미혼을 고수하겠습니다. 저를 비롯한 여성들이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입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 당시 남성육아휴직 의무화를 공약으로 냈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육아휴직자 10만명 중에서 21%만이 남성입니다.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난 수치지만 여전히 매우 부족합니다.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은 남성에게도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육아휴직이라는 단어가 경력단절으로 이어지는 이 선을 끊어버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야 이 선이 끊어질 수 있습니다.”
 
Q. 끝으로 저희 우먼스플라워를 읽고 있는 동 시대 여성들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전해주십시오.
 
“많은 여성분들께서, 특히 비교적 젊은 여성분들께서 저를 많이 응원해주십니다. 혼자가 아니니까 힘내라, 우리가 지지한다, 열심히 일 해달라는 응원입니다. 저는 이 말들을 독자들에게 되돌려주고 싶습니다. 
 
여성 독자 여러분. 자신이 고립돼 있다고 생각하고, 류호정 의원 역시도 국회에서 소수 중의 소수이다보니 국회 안에서 외롭게 투쟁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개개인은 점으로 있지만 우리는 선으로 모두 연결돼 있습니다. 제게 보내주신 여성들의 응원메시지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 응원을 똑같이 독자분들께도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노란색 장갑 선물=우먼스플라워는 현장을 누비는 류호정 의원을 위해 노란색 털장갑을 선물했다. 정의당의 당 색깔인 노란색을 골랐다. 평소 소신대로 비정규직, 여성, 청년 등 약자를 보듬어주는 정치인으로서의 목표를 잘 이루기를 바란다.
 
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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