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에디터레터] 크리스마스 카드


 
드디어 크리스마스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연말 상여금을 받아온 남편도 고생했고, 무엇보다 일과 가정을 동시에 보살피면서 한 해를 ‘이겨낸’ 저 자신과 아이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부동산에 교육, 경제, 일자리 등 어느 하나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버텨내는 우리 모두가 승자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이에게 산타로 빙의해 편지 한 통을 썼습니다. 유치원에서 24일 산타잔치를 하는데, 아이에게 읽어줄 산타의 편지를 한 통씩 보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적어야 할까요. 
 
초안에는 너무나도 힘이 들어갔습니다. “올 한 해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한 점 자랑스럽다. 산타할아버지는 너의 착한 마음을 생각해 이 선물을 준다. 멋지고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네 신념을 위해 크게 뜻을 품고 열심히 공부하고, 깊이 고민하는 인물이 되기를 기대한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사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너무나도 멋있게 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인 “always aim high, work hard, and care deeply about what you believe in”을 차용해서 쓴 것인데요. 그럼에도 네 살 어린이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 안 역시 그리 흡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크리스마스가 왔구나. 그동안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수업시간에 공부 열심히 했니? 할아버지는 올 한 해 동안 네가 어떤 어린이인지 잘 지켜봤어. 엄마, 아빠 말씀 잘 듣고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착한 아이가 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낸 모습이 아주 자랑스럽다. 앞으로 유치원에서 영어 공부도 더욱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착한 아기로 거듭나길 바란다.”
 
이게 덕담인지 훈계인지 앞으로 잘 하라는 경고인지…. 적어도 산타 할아버지는 저렇게 쓸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이렇게 썼습니다. 
 
“안녕. 산타할아버지야. 할아버지는 네가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착한 어린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여기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낸다. 앞으로도 착하고 멋진 어린이가 되기를 바란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산타할아버지 씀.”
 
우리도 메리크리스마스를 틈타 아이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저 스스로부터 바꾸겠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맛있는 볶음밥이라도 한 그릇 만들어 줘야겠습니다. 
 
우먼스플라워 박종미 기자 


PHOTO

더보기